낙생저수지에서 루미와 함께
비 오는 새벽, 내 인형 같은 루미와의 첫 만남1
2007년 9월 10일, 비가 촉촉히 내리던 새벽이었어요. 그날 새마을시장에 빈대떡을 사러 나갔었죠. 시장 골목을 지나가다가 문득 동물병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됐어요. 자정이 넘어간 시간임에도 불이 켜져 있더군요. 호기심에 고개를 돌려보니, 인형같이 예쁘게 생긴 작은 강아지가 우리를 보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활발하고 귀여운 모습에 한순간 눈을 뗄 수 없었어요. 그렇게 저는 빈대떡을 사러 갔다가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처음에 “대떡”으로 지었지만 친구가 그 이름을 듣고 “대딸방” 같다고 구박하는 바람에 바꾸기로 했어요. 당시 루미큐브 게임에 빠져있던 터라 자연스레 이름을 “루미”로 바꾸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저와 루미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루미는 처음 집에 왔을 때 조금은 낯설어했지만 금세 익숙해졌어요. 작은 방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나름대로 탐험을 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죠. 첫날 밤에는 낯선 환경에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았지만, 제 품에 안겨서 편안히 잠들었답니다. 그 순간, 이 작은 생명이 저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다줄지 감히 상상도 못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루미와의 유대감은 점점 깊어졌고, 루미는 제 삶의 일부분이 아닌 전부가 되어갔어요.
낙생저수지, 루미와 첫 나들이
루미와 함께라면 어디든 특별한 여행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날, 희진이와 함께 바람도 쇨 겸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낙생저수지로 떠나기로 했어요. 낙생저수지는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산책도 하고 배스낚시도 할 겸, 루미와 나들이하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였죠. 기대감에 부풀어 떠난 그곳에서의 하루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낙생저수지에 도착했을 때, 신선한 공기와 잔잔한 저수지의 물결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어요. 루미도 저수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마치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죠. 활기차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초록빛 잔디와 물가를 누비는 루미의 모습은 그저 보기만 해도 흐뭇함 그 자체였어요. 제가 낚시를 하는 동안 루미는 풀밭에서 바람 냄새를 맡고,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답니다. 루미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소를 안겨주었죠. 아이들이 루미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 때마다 루미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꼬리를 흔들며 반겼어요.
배스낚시에 도전하다
낙생저수지 하면 많은 분들이 배스낚시를 떠올리실 거예요. 희진이와 저는 낚시대를 챙겨와서 저수지 둑방에 자리 잡고 배스낚시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둑방 위에는 저희뿐만 아니라 이미 낚시를 즐기고 있는 많은 앵글러들이 있었답니다. 그들이 루어를 던지고 있는 모습은 마치 저수지의 평화로운 풍경과 한 몸이 된 듯 자연스러워 보였어요.
하지만 현실은 역시나 쉽지 않았습니다. 낚시는 늘 그렇듯 인내가 필요한 활동이었어요. 아무리 루어를 던지고 또 감아도 배스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어요. 저수지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낚시꾼들의 모습과는 달리, 저희는 초보였기에 조금은 어설펐죠. 그렇지만 그런 아쉬움마저도 루미와 함께라면 즐거움으로 변하는 것 같았어요. 희진이와 저는 낚시보다는 루미와 함께 뛰어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답니다.
루미는 물가에서 뛰어다니며 물을 살짝 핥아보기도 하고, 저수지에 떠다니는 작은 물풀들을 신기한 듯 바라봤어요. 낚시대 끝이 물속에서 흔들릴 때마다 루미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하며 저희 옆에서 꼬리를 흔들었답니다. 그러다 가끔은 지루한지 저 멀리 풀밭으로 달려가곤 했어요. 희진이는 낚시보다는 루미와 노는 게 더 재밌다며 웃음을 터뜨렸죠.
낙생저수지 둑방에서의 산책
낚시가 잘 되지 않아서 낚시대를 내려놓고 둑방을 따라 산책하기로 했어요. 둑방을 따라 걷다 보면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불어오곤 했어요. 물결 위에 비치는 햇빛이 반짝이며 작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죠. 루미는 이곳저곳을 탐색하며 저수지 주변의 풀밭을 달렸어요. 특히 사람들이 던져준 나뭇가지를 물고 와서 뽐내는 모습은 마치 스스로가 이곳의 주인공인 양 보였어요.
그날 저희가 산책한 낙생저수지 둑방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었어요. 봄의 싱그러운 기운이 물씬 느껴졌고, 그곳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이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주변을 산책하는 다른 이들도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산책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어요. 서로 인사를 나누며 강아지들끼리도 냄새를 맡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참 평화로웠습니다. 이런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큰 행복으로 다가오곤 하죠.
둑방 끝까지 걸어가니 작은 벤치가 있었어요. 그곳에 앉아 잠시 쉬며 저수지의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루미는 벤치 아래에 앉아 저희를 지켜보다가,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는 듯한 표정을 지었어요. 그런 루미의 모습은 항상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고, 저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어요. 저수지 너머로 멀리 보이는 숲과 그 위를 나는 새들, 물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작은 보트들까지, 그 모든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그림 같은 한 장면이었어요.
루미와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
루미는 저에게 있어 가족 이상의 의미를 지닌 존재예요. 그날 낙생저수지에서의 하루를 보내면서 다시 한번 느꼈던 것은 루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처음 빈대떡을 사러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작은 인연이 이렇게도 큰 행복을 가져다줄 줄은 상상도 못했죠. 희진이와 함께 한 그날의 시간, 그리고 낙생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경, 루미의 활발한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한 조화였습니다.
낚시는 결국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의 시간들이었어요. 낙생저수지에서 맞이한 신선한 공기, 사람들과 강아지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웃음을 짓던 순간, 그리고 무엇보다 루미가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 어떤 배스보다도 귀중한 순간이었습니다. 루미와 함께한 이 하루는 저에게 그 어떤 여행지에서의 시간보다도 더 소중하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저녁이 되어 저수지 주변의 조명이 켜지자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어요. 은은한 불빛이 물 위에 비치며 반짝거리는 모습은 마치 환상적인 무대를 보는 듯했죠. 루미도 조명 아래에서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보고는 그 그림자를 쫓아다니며 놀았어요. 희진이와 저는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으며 하루의 피로가 모두 사라지는 것을 느꼈어요. 이렇게 루미와 함께하는 작은 순간들이 쌓여서 제 인생의 커다란 행복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낙생저수지, 다시 찾고 싶은 곳
낙생저수지는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자연의 품입니다. 평화로운 저수지의 풍경과 함께 낚시를 즐길 수 있고, 둑방을 따라 산책하며 소소한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죠. 루미와 함께 다시 한번 찾고 싶은 이곳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차분함으로 저를 반겨줄 것만 같아요. 무엇보다도 루미와 함께라면 그 어디든 특별한 장소가 될 테지만, 낙생저수지는 그 중에서도 정말 특별한 추억을 남긴 곳으로 제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답니다.
다음에는 희진이와 함께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배스도 꼭 잡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루미가 조금 더 나이를 먹더라도 저수지의 바람을 느끼며 함께 걷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렇듯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 낙생저수지는 우리에게 잊지 못할 하루를 선사해준 고마운 공간이었습니다.
저수지를 떠나며 희진이와 저는 다음에 다시 올 것을 기약했어요. 루미도 그때까지 건강하게 함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루미와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특별하고, 그 어떤 순간도 소중합니다. 낙생저수지에서 보낸 이 하루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예요. 루미와 함께라면 언제든 어디서든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에, 저는 오늘도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감사히 여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